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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: 거 참

난 내집이 좋다.

방 한칸에 작은 욕실과 주방이 딸린 월세방이지만 내 집이 그렇게나 좋을 수가 없다. 퇴근후에 어디 가기가 싫고 주말에는 집에서만 뒹굴정도로 좋다.
내가 번 돈으로 이사를 하고 내가 번 돈으로 살림살이를 구매하고 냉장고를 채우는건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. 그리고 즐겁다. 물론 이사할때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. 이런 작은 집으로의 이사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물질적으로, 마음으로 날 도와주셨다. 그래서 이 집이 참 좋다. 평일 아침, 비몽사몽인 가운데에서도 아침을 챙겨먹을 수 있게 해주고 주말에는 늘어지게 혼자 잠을 잘수도있고 누가 놀러와도 좋은, 여러분들이 마음써주어서 그 마음으로 가득 찬 집이라고 생각했다.

그런데 아빠는 내가 초라하다고했다.

이사 후, 타지에 머무는 아빠가 집으로 찾아왔었다.
아빠는 내 집을 보더니 한숨을 푹푹 쉬면서 뭐 이러냐고, 자기가 뭐라도 해 주겠다고.
기분 나빴다. 아빠는 알까? 아빠는 내 이런 기분을 알고선 집에 들어서자마자 한숨부터 내 지른걸까? 많은 분들의 도움과 내 나름의 노력으로 채워진 이 집에 대놓고 한숨이라니. 그런건 아무리 가족이라도 용서할수없었다. 다행히 아빠는 잠깐 머물다가 다시 돌아갔다. 만일 더 있으면서 잔소리를 했으면 내가 내 쫓았을거다.
난 도와주겠다는 아빠의 제의를 딱 잘라 싫다고 했다. 돈은 필요하고 쪼들린다. 집은 물론 작다. 아직 필요한 가구도 다 들어오지 않았고 컴퓨터는 아직도 방 바닥에 놓고 쓴다. 책상도 아직이다. 하지만 난 아무리 늦어도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쓸 물건을 고르고 채워 넣을것이다. 다른 사람들은 이런 반 지하 월세방 별로라고, 나중에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라고, 더 좋은 가구를 들여 놓으라고 해도 난 내가 필요한 만큼만 할것이다. 어째서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그렇게 과한게 필요한지도 생각하게 했다. 짐도없는 사람이 혼자사는데 방 한칸이면 충분하지 방 두개는 왜 필요하며 빚내어가면서 이층집으로 이사가는게 필요한걸까? 아빠는 내가 이사를 갔다고하니 뭔가 근사한 저택이라도 되는 줄 알았나보다. 하지만 난 돈이 있어도 나에게 넘치는 집으로는 가지 않을것이다. 당신의 딸내미가 이런 사람인줄 아직도 모르는걸까.

반지하 월세방에서 혼자 사는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내 기분을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것이다. 그래서 사촌언니를 선뜻 집으로 초대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. 그녀는 또 어떤 말로 나를 불쌍한 사람 취급할지.

# by 해명 | 2008/04/19 17:17 | 활자공해 | 트랙백 | 덧글(7) | ▲ 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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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퉁이 at 2008/04/19 17:29
내 돈으로 내가 사는 그 공간을 꾸민다는 것. 참 편안하고 즐거운 일이지요.^^ 특히나 해명님께선 일일이 직접 채워넣으셨기에 그 애착이 더 깊으신 것 같아요. 남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까, 자기가 편하고 내 맘 편한 곳이 집이지요. 해명님처럼 모두들 생각한다면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집 걱정이 없을 거예요.^^ 전 지금 다세대 주택에 살고, 방 한 쪽이 햇빛이 안 들지만 보일러 틀면 뜨거운 물 펑펑나오고, 있을만한 거 다 있는 제 집이 좋아요.^^
Commented by 신유 at 2008/04/19 17:40
음.. 전 자기가만든 자신의 공간이 있다는건 좋다고 생각하는데... 멋있잖아요 ㅠ///ㅠ
그나저나 멋있어요 해명님 ㅠㅠ 자기가 한돈으로 모든일을 이룬다는게 쉬운일이 아니잖아요. 저도 어서 제힘으로 설수있는 사람이 됬으면 좋겠어요.
Commented at 2008/04/19 20:42
비공개 덧글입니다.
Commented by 해명 at 2008/04/19 21:01
퉁이님// ㅎㅎ 제가 좀 집착이 심해서[음?] 물론 아빠야 딸내미가 월셋방에서 사는거 못마땅하겠지만 대놓고 한숨을 지르니 발끈했었답니다. 물론 결혼을 했다거나 자녀가 있거나 식구가 많다면 넓고 편한집 찾아야겠지만 나에겐 이 정도가 딱 좋은데 왜 모르는지 모르겠어요... 우리 집도 뜨신물 잘나와서 참 좋아요 히히히

신유님// 멋지다니 감사합니다 ㅠ 사실 저보다 더 멋지게 사는분 많은데 제가 주제넘게 이러는것 같지만요 ㅠ_ㅠ 이젠 돈만 모으면 되는데 어렵습니다 ㅇ<-<

비공개 ㅇ님// 사람은 스스로 적당하다고 느끼는 것을 잘 못하는 모양입니다. 제 경우에는 포기가 빠른덕에 만족이란것을 배운 케이스인데요... 그래도 지금정도가 딱 좋습니다. 이건 포기가 아니라 진짜로 더는 필요가 없어요 하하하 근데 왠만하면 나오지 마세요 ㅠ 힘들어요 ㅠ_ㅠ 전 너무 어릴때 나와서 누가 나온다고 하면 걱정이랍니다 흐흑 왠만한 마음가짐으로는 안되거든요
Commented by 둥가 at 2008/04/19 21:05
전 해명씨 멋진데요? 아버님께서도 해명씨의 그런 마음을 들으신다면 잘 이해하실 거예요^^
Commented by Jjoony at 2008/04/19 22:09
거적데기를 깔고 누워도 거기가 자기 집이면 낙원 아닙니까
차근차근 채워 넣고 행복하게 지내셔야죠^^
Commented by 해명 at 2008/04/19 22:56
둥가님// 황송합니다 ㅠ
Jjoony님 // 너무 채워서 나중에 이사 못 갈까봐 두려워집니다 ㅎㅎ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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